그 세월에는 말 한마디, 글 한줄 쓰는데도 각별히 조심해야 했었다. 시인 이욱 선생은 당 외 민주인사 참관단 일원으로 장춘에 갔었는데 보온병공장에서 보온병을 땅에 메치면서 깨지지 않는다고 너무 자랑을 하니 좀 바르지 않은 이욱 선생이 “위만 때에도 이런 보온병은 있었소.”라고 했다가 내내 ‘사상반동’이라는 뒤꼬리를 달고 시도 마음대로 발표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중 "선인장"이라는 시 한 수를 썼는데 선인장의 가시가 날카롭다고 썼다가 그 날카로운 가시는 누구를 겨누고 있느냐, 그 대상이 공산당이나 사회주의가 아니냐고 추궁하는 바람에 혼쭐을 먹은 일도 있었다.

"가끔은 시간이 흐른다는게 위안이 된다. 누군가의 상처가 쉬이 아물기를 바라면서 또 가끔 우리는 행복이라는 희귀한 시간을 보내며 멈추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어떤 시간은 사람을 바꿔놓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랑은 시간과 함께 끝나고 어떤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드러나지 않는다. 언젠가 변해버릴 사랑이다 해도 우리는 또 사랑을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처럼.

일상은 고요한 물과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라 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행운과 불행은 늘 시간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약하여서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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